생동감 있는 캐릭터를 그리기 위한 이력서
본작이 TV 시리즈 첫 감독 작품이 된 와카바야시는 노지마에게 각본을 받았을 때, 「여자애의 청춘 군상극 같은 부분을 다큐멘터리스럽게 만들어달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캐릭터가 멋대로 움직이는 걸 요구받았다고 이해했습니다. 논리적으로 고정된 스토리라면 확실히 깔끔하게 설명은 되겠지만, 그것만으론 재미있어지지 않을 겁니다. 처음엔 캐릭터를 알기 쉽게 그리려 한 나머지, 대사나 묘사에 힘이 과하게 들어가 버려서, 노지마 씨에게 상담했더니 『좀 더, 무슨 생각인지 모를 정도의 거리감이 좋겠다』고 알려줬습니다. 『그 사람이 뻔한 전개를 깸으로써 재밌는 드라마가 태어난다』. 저 자신도 뻔한 전개로는 만들고 싶지 않았는지라, 끈질기게 매달렸습니다」
본작을 제작하면서 처음 매달린 부분은 캐릭터 만들기였다. 노지마가 쓴 시나리오는 이미 존재한다. 하지만 거기엔 마치 연출력을 시험하는 듯이 여백이 남아있어서, 매력적인 드라마를 그리려면 생생한 캐릭터를 만들어낼 필요가 있었다. 현장 스태프들은 그 캐릭터의 성격이나 가정의 모습, 특기나 취미, 좋아하는 배우는 누구인가 하는 상세한 이력을 작성하고 캐릭터 드라마나 연출을 구축해나간다.
「다양한 스태프에게 『이 인물이 이런 말을 할 것 같아?』라고 거듭 질문하면서, 거기서 조금이라도『말할 것 같다!』라는 의견이 있으면 채용했습니ㅏㄷ. 그 부분은 필링이라고나 할까요. 실제의 사람도 모든 게 명확한 논리로 설명되지도 않고, 저 자신도 엉뚱한 짓을 하는 캐릭터가 좋습니다. 중요한 건 『얼마나 비약할 수 있는가』. 설정 외에 그러한 생각의 여지가 생겨났을 때, 이 캐릭터는 살아있다고 느꼈습니다」(와카바야시)
표면적인 「속성」에 의존하지 않고 본질을 파악한 캐릭터로
캐릭터 디자인 작업에 들어가면서, 와카바야시는 타카하시를 점찍었다. 「러프를 봤을 때 『이 사람이 캐릭터를 그리면 매력적이겠다』고 상상된 게 타카하시 씨의 그림이었습니다」. 타카하시는 이제까지 『달링 인 더 프랑키스』나 『하늘의 푸름을 아는 이여』에서 작화 감독을 담당하는 등, 젊은 나이에 두각을 나타냈으며,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작품에서 캐릭터 디자인을 담당하는 걸 꿈꾸며 업계에 들어온 인물이었다. 「저는 『소녀혁명 우테나』 같은 여자애의 심정과 싸움을 그리는 작품을 좋아했었고, 노지마 씨가 그리는 인간의 어둠이나 나이브한 면에도 이끌렸었기에, 재미있는 기획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무도 완성형을 모르는 오리지널 작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리고 공정의 초기 단계인 캐릭터 디자인이 어떻게 구축되는지에도 굉장히 흥미가 있어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현장에 들어갔습니다」(타카하시)
캐릭터 만들기는 와카바야시와 타카하시, 그리고 애니메이션 프로듀서인 우메하라 쇼타 등이 중심이 되어 주인공 오오토 아이부터 착수하였다. 타카하시는 당초, 아이의 「히키코모리」라는 요소에 주목해 그녀의 표정을 어둡게 그렸지만, 와카바야시는 「그 애는 결과적으로 히키코모리가 되긴 했지만, 호기심 왕성하고 다양한 것에 흥미를 가진 애입니다」라면서 표층적인 「캐릭터 속성」을 탐탁지 않게 봤다. 타카하시는 와카바야시와 토의를 거듭해 이미지를 조율하여, 아이가 가진 본질적인 명랑함을 파악하고 표정집을 그려나갔다.
타카하시가 그린 오오토 아이의 초기 러프안
「아이 짱은 머리숱이 많고, 헤어스타일은 촌스러운 느낌입니다. 실루엣의 볼륨감이나 그림자를 붙이는 방식으로 무게감을 표현했습니다」(타카하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