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 남는 일을 하고 싶었다
애니메이터 카와카미는 「벽」을 느끼고 있었다. 「솔직히 칭찬받을 이유를 그다지 모른다」는 말을 꺼낸다. 액션 작화 전문인 그는, 이제까지 『블랙 클로버』나 『SSSS.GRIDMAN』 등의 작품에 참가해 CG를 이용한 아크로바틱이나 공간을 작화로 표현해왔다. 젊은 나이에도 중책을 맡아온 인물이다. 그런 카와카미는 주위의 평가와는 정반대로, 액션 파트만을 스토리 라인에서 분리해 작화의 화려함이나 노림수만을 즐기는 자신의 작화에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영화든 스포츠 영상이든 뭐든 간에 최신 영상을 찾아와서, 애니메이션에선 아직 한 적 없는 표현을 그림으로 그려요. 그게 나쁜 건 아니지만, 한 번 하면 끝날 일을 마냥 찾아다니기만 해선 기록에 불과하게 되죠. 저는 제대로 드라마에 실린 그림을 만듦으로써, 기억에 남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라고 『원에그』에 참가하기 직전의 심경을 말했다.
「작화를 액션과 일상극, 둘로 크게 나눈다면, 전자의 일에는 확실히 보람을 느낍니다. 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건 후자죠. 단, 그걸 만족스러운 결과물로 만들어내기엔 자신의 화력을 객관화하기 어려워서, 그 부분이 애로사항이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와카바야시 신이 감독한 애니메이션 비디오 『22/7 「그날의 그녀들」』에 참가해달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작품에 대한 참가는 스케줄 사정으로 결과적으로 불발됐지만, 다시금 『원에그』에 대한 참가 의뢰가 들어온다.
자신이 추구하고 싶은 방향과 요구되는 방향에 딜레마를 품고 있었던 카와카미는, 이 의뢰를 어떻게 받아들였는가. 「와카바야시 씨와 함께 일을 한다면, 일상극보단 액션 연출 쪽에 공헌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팀에 들어갔습니다」라고 카와카미는 말한다. 와카바야시의 액션 연출은 어떻게 비쳤을까. 「액션이 제대로 드라마 속에 짜여 있습니다. 이 작품에서 말하자면, 제10화 중반, 역 지하도에서 모모에와 카오루의 대화로 캐릭터에게 감정 이입을 시키면서, 연기에 감싸인 채 거기에서 끊김없이 액션 신으로 이어지죠. 그야말로 제가 하고 싶었던, 드라마와 분리되지 않은 액션 제작의 표본이었습니다」
카와카미가 맡은 액션 디렉터란 직책은 다른 작품에선 그다지 볼 수 없는 직함이다. 거기엔 액션 신을 작화 감독처럼 구도만 수정하는 게 아니라, 액션 신 전체의 아이디어 제시부터 장면 구축까지를 맡기 때문에, 보다 높은 크리에이티비티가 요구된다. 이는 카와카미가 바라던 작품 제작 스타일이기도 했다.
카와카미에 의한 액션 작감 수정
「정해진 방식이랄 건 없습니다. 원화를 몇 컷 그린 에피소드도 있는가 하면, 살짝만 손쓴 에피소드도 있고, 담당 에피소드의 콘티 쪽과 의논하면서 장면을 구축해나간 에피소드도 있고요. 제4화는 코무로 유이치로 씨의 콘티를 기반으로 와카바야시 감독과 의논하면서 만들었습니다. 초반의 모모에와 원더 킬러의 배틀 신은 당초엔 단순히 넓은 공간이었지만, 열차를 설치하고 외길을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미와(게스트 캐릭터)를 등지고 모모에가 기사처럼 가로막아 원더 킬러로부터 지키는 구도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시추에이션을 구축함으로써 모모에의 기사적인 캐릭터성을 강조하기도 했죠. 또, 제6화는 화장실 로케이션이나 액션 아이디어를 비디오 콘티로 만들어, 이를 기반으로 시노하라 케이스케 씨와 콘티 작업을 했습니다. 화장실이란 좁은 제한된 공간이었지만, 세면대를 굳이 한가운데에 설치함으로써 벽을 관통시켜 위력을 표현하고, 물이 뿜어져나오면 이펙트를 추가하고 바깥의 빛을 받으면 역광이 엿보이는 등, 굳이 연출 의도가 없는 플랫한 상태의 로케이션안, 액션안을 준비했습니다. 그중에 쓸 만한 아이디어가 있으면 시노하라 씨한테 어떤지 봐달라고 해서, 시노하라 씨가 볼 때 하나의 이야기가 이뤄졌으면 했기 때문입니다. 풍부한 액션과 섬세한 드라마를 성립시키기 위해, 연출가의 의도를 방해하지 않는 아이디어를 내는 법을 궁리하는 것도 액션 디렉터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6화의 러프 콘티